다들 자기만의 인생 맛집이 있잖아요?

김재훈

자, 다음 두 가지 문장을 보자.
사람은 먹기 위해 산다. 사람은 살기 위해 먹는다.
여러분은 전자인가 후자인가. 나는 사실 후자다.
아니, 애초에 '맛있는 걸 먹는 행복'을 잘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냥 음식은 음식이지, 뭘 그렇게 의미 부여한담?
다른 사람들이 얘기하는 맛집이라 해도 내겐 크게 와닿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실 정확히 얘기하면, '모든 음식을 맛없게 느끼는'게 아닌 '모든 음식이 다 맛있기 때문에 다 비슷비슷하다고 느끼는' 상태에 더 가깝다.
나는 학교 급식도 맛있게 먹었고(밥 놔두고 매점 가는 사람을 이해 못함), 군대밥도 맛있게 먹었으며(밥 버리고 PX가는 사람을 이해 못함), 학식도 맛있게 잘 먹었다. 심지어 요리를 잘 못할 때 대충 만든 계란볶음밥도 맛있게 먹던 나였다.
그러니 맛집이라는 곳에 큰 흥미가 없는 거다. 거기 아니어도 다 맛있으니까 굳이 찾아갈 이유를 느끼지 못하는 셈.
그런데 이게 웬일. 내가 한 달에 한 번 꼭 찾아먹는 맛집이 생겼다. 아주 기적이라 할 수 있다. 심지어 맛집이 널리고 널렸다는 서울에서 제일 맛있다고 믿는 집이다.
바로 집에서 5분 거리에 있는 피자집인 '구디스'. 아, 지금 검색해보니 똑같은 이름의 가게가 많다. 이 글을 볼 독자가 얼마나 있겠냐마는, 집 주소가 노출될 우려에도 장소를 공개한다. 서울시 노원구 공릉동에 있는 구디스다.
메뉴는 쉬림프 콘 피자. 사실 이외 다른 피자는 내 취향이 아니지만 쉬림프 콘 피자 하나만큼은 서울 탑5라고 자부한다.
 
사진은 반반 피자. 쉬림프 콘 피자 외 다른 피자는 뭐였는지 기억이 안 난다.
사진은 반반 피자. 쉬림프 콘 피자 외 다른 피자는 뭐였는지 기억이 안 난다.
 
너무 맛있게 먹은 나머지 집에 놀러오는 지인들에게 가장 먼저 소개해주는 곳이기도 하다. 나만 맛집이라 느끼진 않는 듯 하다. 집에 찾아온 이들 중에 '지난번에 그 피자집 또 가자'고 먼저 제안하는 경우도 많았으니.
맛을 가늠하기 어려운 독자가 있을테니, 글로 쉬림프 콘 피자를 설명해보도록 하겠다.
일단 옥수수가 올라갔다는 것 자체로 반은 먹고 들어간다. 너무 달지도, 그렇다고 찐옥수수 마냥 수분이 가득하지도 않다. 딱 적당한 당도를 갖고 있다. 개성이 강해 '나 여기 있어!'라고 외치는 달달함이 아닌 주변 피자와 조화로운 달달함에 더 가깝다.
함께 올라가는 치즈 크런치(정확한 명칭이 뭔지 모르겠다)도 일품이다. 생긴건 누룽지와 비슷하다. 바삭한 식감을 갖고 있어 씹는 재미가 있지만 그 역시 강하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피자 재료로 비유하면, 피클 같은 친구다. 같이 곁들여 먹어도 맛있고 따로 먹어도 맛있는 친구.
마지막으로 적당히 매콤한 새우가 피날레를 장식한다. 옥수수의 달달함, 치즈의 짭조롬함에 새우의 매콤함이 더해지면, 그야말로 삼위일체다. 이보다 완벽한 조합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게 바로 음식계의 ‘팔방미인’인 쉬림프 콘 피자를 내가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느끼한 서양식을 선호하지 않는 나로서는 한식보다 좋아하는 서양식이 거의 없는데, 이 쉬림프 콘 피자는 예외다. 솔직히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다.
얼마 전에도 오복소복 에디터들을 데리고 이곳을 다녀왔다. 정우씨...는 다른 곳이 더 맛있다고 했지만(오복소복은 개인의 취향을 존중합니다), 아무렴 어때. 내 기준에서는 여기가 짱이다.
고백하자면, 사실 구디스가 생기고 처음 방문한 손님이 나다. 어쩌면 '첫손님'이라는 자부심 덕분에 구디스에 더 애착이 생긴 건지도 모른다.
그치만 1년도 안 된 시점에 블루리본을 받았다는 게 '맛집'이라는 걸 방증하지 않을까? 어느날 구디스를 찾았는데 블루리본 마크가 생겨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아..! 나 혼자만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니었구나!'라는 생각에 속으로 몰래 웃었던 기억도 난다.
아마 각자 마음속에 자신만의 맛집 1황이 있을거라 생각한다. 몇 번이나 찾아가도 질리지 않고, 애정하는 지인을 데리고 가장 먼저 가는 그런 맛집.
여러분의 '구디스'는 어디인가? 소개해준다면 지도에 저장해놨다가 찾아가보도록 하겠다.
아참, 구디스도 지도에 저장해 두길 바란다. 공릉동 카페 거리에 왔다가 생각날 수도 있으니.
 
지인을 소개해줄 때 찍었던 피자 사진. 쉬림프 콘 피자는 절대 빠질 수 없지. 다른 피자들도 많이 먹었지만 역시 내 원픽은 쉬림프 콘이다.
지인을 소개해줄 때 찍었던 피자 사진. 쉬림프 콘 피자는 절대 빠질 수 없지. 다른 피자들도 많이 먹었지만 역시 내 원픽은 쉬림프 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