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동적으로 살아왔다면, 이젠 충분해
업무에서 만족을 느끼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감사하게도 내게 그런 행운이 주어진 듯 하다. 지금과 같은 환경이 오래 유지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
일이 재밌으신가요?
일을 하다보면 새로운 사람과 만날 일이 많다. 그들과 여러 주제로 얘기하는데 가끔 "일은 잘 맞나요?"라는 질문이 오갈 때가 있다.
내 대답은 "그렇습니다". 그렇게 말하면 사람들은 놀란다. 반응은 대개 이런 식이다.
'오오...(처음보는 문물을 보는 눈빛으로) 이런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하는 사람이 별로 없는데 말이죠'
'놀라워요. 전 그냥 일이라서 하고 있는데.'
'만족할만한 일을 한다는 게 쉽지 않은데 그걸 이루셨네요.'
'캬, 진정한 덕업일치를 이루셨군요.'
뭐... 자신의 일을 긍정한다는 게 어려운 일이란 걸 알지만, 난 사실 그런 반응이 오히려 더 놀랍다. 원하지 않는 일을 하는 게 더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 일에 만족하는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첫째, 직장에 좋은 사람이 가득해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다. 둘째,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해도 회사에서 문제 삼지 않는다. 오히려 더 하라며 지원해준다. 셋째, 하루에 정해진 일만 끝내면 퇴근이 자유롭고 혼자 일한다.
사실 처음부터 이 일을 하기로 마음 먹은 건 아닌데, '내가 원하는 삶은 뭘까?'를 치열하게 고민하며 살아왔다보니 지금까지 오게 됐다. 이유는 아까 말했듯 내가 원하지 않는 일을 하면 삶이 팍팍할 것 같아서다.
그저 원하는 걸 찾기 위해 걸어왔을 뿐
어렸을 때부터 '내가 선택하지 않은 삶을 살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많았다. 강제된 삶, 내 의지가 깃들지 않은 삶, 하루하루 의미없는 삶을 사는 삶. 좋아하는 것이 분명치 않고 내게 어떤 가능성이 있는지 모를 시기였기에 불안이 컸다.
그런 불안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왔다고 할 수 있겠지만... 어릴 때는 그냥 어린 채로 있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그때의 내 별명은 '애늙은이'. 생각하는 게 꼭 나이 든 사람과 같다고 해서 친구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항상 현재보다 미래를 걱정하는 습관이 있어서 자연스레 말이나 행동도 그렇게 나왔던 듯 하다.
과정이 어쨌든 난 지금 내 모습이 만족스럽다. 지금 하고 있는 일, 지금 다니는 직장 모두 만족한다. 마음 같아선 지금 회사에서 몇 년은 더 일하고 싶을 정도다(이후 일은 아무도 모르는거지만). 어렸을 때 느끼지 못했던 '만족'을 지금 느끼는 거라고 볼 수도 있겠다.
이를 두고 '풍요롭다'라고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 풍요롭다는 건, 가진 것이 충분해 넉넉하다는 뜻이다. 난 지금 하는 업무가 충분해 더 바랄 생각이 들지 않는다.
우연에 우연이 겹쳐 지금 이 순간까지 올 수 있었다. 이 글을 쓰기 전까지 내 삶이 '풍요롭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거의 없는데, 쓰고 보니 그래도 잘 살아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풍요로운 삶이 언제까지 이어질진 모르겠다. 지금도 난 10년 후의 미래가 걱정되니 말이다. 그래도 지금까지 잘 살아왔고, 그 현실에 만족하는 습관을 들인다면 내 주변 환경이 어떻든 난 항상 풍요롭게 살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