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Delayed Massage)이 도착했어요.
몇 안 되는 짤막한 어린 시절 기억 중, 문득문득 되새기는 장면은 5살 때 발레학원에서 2시간 남짓 첫 수업을 마친 선생님이 내뱉은 한마디다.
“아이가 참 얌전하고 어른스러워요.”
엄마에게 전하는 말이었다. 나는 처음 입은 발레복이 마냥 어색했고, 칭찬과 함께 어깨에 올라온 손의 온기가 불편했다. 얌전했다기보다 얼어있는 상태에 가까웠을걸. 일순간 칭찬이 일주일 만에 학원을 그만두는 가장 큰 이유였다. 선생님은 평생 모르시겠지. 성격은 그다지 진전이 없다. 경험치가 쌓여 그저 능청스럽게 넘어가는 말과 회피하지 않는 법을 조금 배웠을 뿐. 온전히 나의 모습이기에는 아직도 시간이, 조금 긴 딜레이가 필요하다.
즉각적이고 간단하게 나를 보여주는 방법을 이모저모 고안하곤 한다. 아닌가 보는 사람의 몫이 있으니 그들다워야 하나. 나를 좀 지우더라도. 다른 이들은 말로 답으로 자신을, 어쩌면 그 자신보다 더 부풀려진 자신을 이야기한다. 나도 당연하게 목소리가 있지만 그런 소리는 도통 나오지 않더라. 내성적인 탓일지 아니면, 부풀리는 걸 못마땅해하는 내 안의 강한 잣대 때문인지는 모를 일이지. 정확히 어디서부터 엉켰는지 아직 풀어내지 못했다. 뭐 이제는 크게 내보일 일 없어, 신경 쓰지 않기로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런 소리가 절실할 때도 있던걸. 곁에 두고 싶은 사람이 하나둘 늘어갈 때마다 나는 엉켜있는 나의 말을 원망한다. 내향인답게 홀로움을 즐겨보는 멋진 어른으로 살겠다고 다짐한 30대의 첫 자락에서 아이러니하게 꾸며내는 말을 잘하고 싶구나 나는.
어리숙한 반응과 어색한 몸짓, 그래서 끝엔 결국 침묵을 택하려는 이유를 뒤적뒤적 찾아본다. 변명이라도 해보고 싶어서. 누군가는 생각 회로가 다른 거라고 얘기하더라. 드러내기 전에 속에서 고민하고 검열하고 재어보는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래. 찾아보는 중…. 하며 질질 시간 끄는 지피티를 가만 바라보며,
“나도 로딩이 있을 수 있잖아! 느려도 밀도 있게 천천히 전해면 되는 거 아닐까?”
치기 어린 투정으로 쉬는 시간을 쪼개어 나대로 멋대로 전해보기로 한다. 한 달만.
조금씩 다소 감질나게 표현하는 방법은 제법 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글이랑 그림으로. 2년간 한 달에 한 번 꼬박 봐오던 내 지인들은 내가 그림을 그리는 사람인지도 몰랐다고 한다. 친한 게 맞냐며 기만이라고 했다. 서운한 듯한 반응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기다려 주는 사람이 있구나.
시차가 있는 어디 먼 도시에 살고 있는 친구와 연락한다고 생각해 주면 좋겠다. 몇 시간이 걸리더라도, 며칠이 걸리더라도 다가가고는 있는걸? 듣는 사람은 아무래도 조금 답답하긴 하겠지만.
6월 19일 9n 년생들 여름 기억 : 동갑내기 친구가 부탁한 포근한 느낌의 선풍기

DM
9n 년 생들은 저와 비슷한 선풍기 낭만을 간직하고 있겠죠? 적어준 친구도 추억 속의 여름을 생각했나 봅니다.
하굣길 가방을 벗어 던지고,
삐질삐질 땀 흘리며,
돌아가던 선풍기 얼굴을 나한테 고정하곤,
아아아~~소리 내며,
녹아내리는 아이스크림을 훔치던.
이제 에어컨이 없는 집은 상상할 수 없지만요.
(에어컨을 켜고 그림을 그렸으니까요 ㅋ.ㅋ)
덕분에, 그리는 시간 동안은 어린 여름날의 포근함을 느꼈어요.여러분들도 어린 날의 여름을 떠올려 보시길!
6월 22일 친해지기에 16주는 짧아서, 종강의 아쉬운 마음 전하기

DM
포도주를 한 잔 했습니다. (취중그림이네요)
색이 참 예뻤습니다. 맑고 영롱한 루비빛.
체리향이 물씬 느껴지는 피노누아.
종강, 후련하지만 브랜딩 강의가 끝났단 것은 많이 헛헛합니다.‘강의 교재가 없었으니, 수업 끝 교재를 준비했어요!’ 라며 Textbook 와인을 꺼내 보여주시는 교수님을 오래 기억하게 될 거예요.
포도의 한자는 오직 포도라는 단어를 위해 존재한대요. 포도 포, 포도 도.
한 송이의 포도, 그 유일한 이름을 찾게 해주셨단걸.
와인 한 잔, 그림 한 장으로 간직해봅니다.
7월 09일 들꽃과 추억과 답변

DM
저에게 들꽃하면, 아빠입니다.
낭만치사량의 딸바보 아빠와 그의 첫째 딸
들꽃 에피소드 3개 들어보실래요?
1
토끼풀 따다 엮어
아무말 없이 팔찌, 반지 만들어줌.
2
토끼풀 사이 네잎클로버 찾아
책에 눌러, 코팅해서 선물해줌.
3
동그랗게 씨앗 열린 민들레,
불어 씨앗 날리는 산뜻한 기분은
아빠한테서 배운 것.
엄마는 좋겠다.
-이어진 지인의 답변-
제가 딸이 있었단면 이랬을 것 같아요.
- “5000만 원에 팔게.”
- “잘 봐. 이게 박제란 거야.“
- ”자, 이제 가서 불었던 거 모아서 주워와.“
-그에 내 답변-
이도 이 나름대로 재미있는 아빠가 될 수도…
7월 22일 겹쳐진 카세트 플레이어
“ 갑자기 카세트 플레이어가 생각났어요! 약간 90년대랑 2000년대 초반에 사람들이 들고 다니던 그런 레트로 디자인의 플레이어요 “ (카세트 플레이어 그림을 그려달라는 말,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를 본 적 없는 나는 내가 제일 가지고 싶은 플레이어를 그렸다.)

DM
물론이죠!
카세트 플레이어를 들고 다니셨으려나요?
MP3가 첫 휴대용 플레이어였던 저는,
라디오로 카세트테이프를 들었던 기억이 있어요.
그때는 듣는 걸 좋아했다기보단,
A side / B side를 바꾸려고 ‘딸깍’ 소리만 기다렸습니다.
줄어드는 테이프 원을 보는 재미가 있었는데 말이에요.
되감기 기능이 있는데도
굳이 연필로 돌돌 돌렸던 기억도 나네요.
새삼 무언가를 듣는 것이
무척 쉬워진 세상에 살고 있단 생각을 해봅니다.
추적추적 흐린 오늘 여러분은 어떤 노래를 듣고 있나요?
듣는 것에 어떤 추억이 적혀있나요?

-지인이 보내준 답변과 사진-
집에 있는 카세트 플레이어 레고랑 똑같이 생겼어요.
-나의 후문-
한 달쯤 하면 신기한 우연과 후기를 만날 수 있다.
짧은 후기
말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 시작해 보면 점저 능숙해진다는 것, 느리더라도 다가가 보려고 시도하는 것. 7월의 쉼은 여럿 덕분에 나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