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최고의 도파민은 인류애
'아... 세상이 너무 혼탁해...'
만연한 혐오, 조롱, 비난, 욕설, 모독, 멸시, 폭력... 온라인의 영향력이 어느 때보다 커진 시대에 세상의 악이란 악은 모조리 온라인에서 표출되는 듯 하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타인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해도 상관없는 현대 사회. 자유의 경계가 사라져버린 세상.
인간들의 들끓는 어두운 욕망은 눈에 보이지 않는 타인을 날카로운 세치혀로 난도질한다. 타인을 제물로 삼은 욕망은 내면의 허기를 채우지 못하고 멈출 줄 모르는 소용돌이가 되어 온 세상을 망가뜨린다.
'... 아... 세상은 왜 이 모양이지? 인간은 왜 이렇지?'
심란한 마음을 뒤로 하고 유튜브에 '인류애 영상'을 친다.
길에서 쓰러진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 두 발 벗고 나선 사람들, 열이 펄펄 끓는 산모가 탄 차를 호위하는 경찰, 5000원 밖에 없던 아이들을 위해 무료로 치킨을 주는 식당 사장, 한강으로 몸을 던지려 한 사내를 구한 청년까지 다양한 이들의 선행이 담긴 영상이 뜬다.
마음에서 묵직한 뭔가가 터져나오면, 엄청난 도파민에 도취되어 이전까지 날 괴롭혔던 사념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그래, 이런 모습도 인간이지'라며 위로한다.
'인류애'는 내가 세상에 환멸을 느낄 때 찾아보는 나만의 '도파민'인 셈이다.
생각해보면 인류애는 참 신기한 마음이다. 누군가를 해하는 마음이 본능에서 우러나오듯, 인류애도 본능에서 출발하니 말이다.
위험에 처한 누군가를 구한 영웅은 늘 말한다.
"저도 모르게 몸이 움직였을 뿐이에요."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 돈이 없어 발주도 못 넣던 상황에 아이들에게 수차례 치킨을 만들어 줬던 사장은 말한다.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어요. 오히려 다시 와줘서 너무 좋았어요."
신기하고 놀랍다. 경탄스러운 동시에 이해가 쉽사리 되지 않는다. 어째서 인간 세상에는 선함과 악함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을까. 성선설, 성악설처럼 선한 본능, 악한 본능을 가진 인간이 따로 나눠져 있는 걸까?
아니면 우리가 보는 모습은 인간의 파편적인 모습인 걸까. 모든 사람은 선한 면, 악한 면을 동시에 갖고 있을까?
소신발언하자면, 난 철학적 논제와 별개로 인간은 선함과 악함을 동시에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무엇을 선택할 것이냐, 무엇에 더 치중할 것이냐에 따라 다른 결과가 도출된다고 믿는다.
내가 인류애 영상을 찾아보는 이유는 인간이 선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는 걸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기 때문이다.
비록 그 과정에서 자신을 담보로 내걸지만, 그렇기에 그들은 훨씬 강하고 담대하며 자유롭고 용기있는 자들이다. 타인에게 고통을 주는 걸 망설이지 않는 자들과 반대로 말이다.
그렇지만 타인에게 깊은 상처를 안겨준 사람도, 언젠가 누군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언제나 악을 선택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이 점이 내가 인간을 미워하지만, 그럼에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인간이 무너뜨린 세상은 인간이 일으켜세울 수 있다고 믿는 이유기도 하다.
난 앞으로도 인류애 영상을 찾아볼 셈이다. 스스로 최면을 거는 일 같지만, 이런 믿음 하나 정도 갖고 사는 건 괜찮을거라 생각한다. 인간에게 선함을 엿볼 수 없다고 생각하면, 앞으로 남은 삶이 힘들 듯 해서 말이다.

사진 출처 : Unsplash의 Matt Collamer